- 새로운 뉴스를 올려주세요.
Date 24/04/29 17:52:27
Name   카르스
Subject   ‘뇌피셜’ 정치 평론은 무엇을 남겼나
나는 <프로보커터>라는 책에서 음모론이나 상대 진영을 ‘긁는’ 폭언과 막말,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개소리’를 꾸준히 송출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이고 그것을 자본으로 일말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유형의 논객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한 가지 유형을 추가하자면 최병천의 경우처럼 아무 근거 없이 분석과 예측을 참칭하며 반증의 순간은 영원히 뒤로 미루는, 분위기와 시류를 완전히 거스르는 얼토당토않은 예언으로 이목을 끄는 유형이 있겠다. 실제로 최병천은 여론을 왜곡하고 담론을 혼탁하게만 만들었음에도 정치비평가로서 다시는 없을 전성기를 누렸다. 결정적으로 그가 야당 싱크탱크 부원장 출신이라는 이력이 많은 언론의 이목을 끈 요인이었다. ‘야당 인사도 야당을 비판한다’는 구도는 언론이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매우 선정적이고 무근거한 억측을 지나치게 많이 쏟아낸 탓에 그는 논객으로서의 유통기한을 스스로 단축해버렸다.

‘냉철한 분석가’이자 ‘논객’의 이름값을 너무 빨리 소진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개중 최악의 선택지는,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던 예측과 완전히 반대로 나온 결과가 갖는 정치사적 의미를 집요하게 폄하하고 멸시하는 것이다. 종국에는 여태껏 설파했던 신념과 가치관을 전부 스스로 배반하기까지 하면서 알량한 자존심이나마 지키려 하지만 그나마도 날아가버리고 억지와 악만 남는다. 이러다 총선 다 망하게 생겼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우는소리 내던 자들의 종착역이 어디일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살짝 다르면서 비슷한 얘기로 넘어가보겠다. 어떤 사람이 일을 굉장히 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생각 외로 너무 못할 때 느끼는 실망감이 있고, 어떤 사람이 일을 형편없이 못하리라 예상했지만 생각 외로 매우 잘할 때 느끼는 놀라움이 있다고 하자. 두 경우 모두 나의 ‘사람 보는 눈’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적어도 후자 같은 ‘서프라이즈’에는 일말의 유쾌함이 따를 수 있다. 즉, 기분 좋은 놀라움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자보다 후자에 나의 오류를 인정하기가 훨씬 쉬운 게 당연하다.

그런데 정치비평 영역에서는 종종 정반대의 경향이 목격된다. 가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였던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중앙일보>에 게재된 ‘한 달 뒤 대한민국’이라는 칼럼과 같이, 본인이 지지하지 않는 세력이 혹여 일을 잘하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 실망할 태세로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 행태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건 차치하고 내가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일부 진보 성향 논자들이 민주당 세력의 승리에 대해 취하는 냉담하고 미심쩍어하는 태도다.

예컨대 민주당 세력에서 어떤 사람이 대선이나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했을 때 ‘저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다’ 혹은 ‘진보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라고 공언하고 나면, 그 사람이 얼마나 유능한 사람이었는지 만천하에 드러나도, 아무리 진보적인 정책과 법안을 관철한다 해도 진보 성향 논자의 시선에서 그 사람은 영원히 무능하고 반노동적 정치인으로 남아야 한다. 논자는 집요하게 그 정치인의 ‘잘한 일’을 과소평가하고 평가절하하고 냉소하고 끝내는 저주하다 결국 직전까지 그 자신이 지향하고 설파했던 가치와 신념을 전부 망각하고 배반하고 돌아서버린다. 민주당보다 더 선명한 진보를 추구하는 논자들 가운데 민주당의 압승, 특히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두고 염려와 의구심을 표하는 것을 넘어 유난스럽게 혐오감과 공포감마저 호소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이 된다.

제22대 총선 결과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표하면서 녹색정의당이 원외 정당이 됐다는 이유로 진보정당이 국회에서 사라졌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을 진보세력으로 보지 않는 것은 어떻게든 이해하겠지만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독립연구자 박권일은 <한겨레>에 게재한 ‘‘300 대 0’의 의미’라는 글에서 진보당 등은 보수 기득권이 주도한 위성정당에 붙었기 때문에 진보라고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렇게 궁색한 이야기를 할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부르주아 선거제도에 참여하는 세력은 죄다 진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원한 감정이 이번 총선을 주도했다고 논평한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일단 내 이해관계와 가치관은 잠시 접어두고, 썩 내키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 거대한 퇴행을 몰고 오는 세력을 견제하고 축출하기 위해 그것을 잘해낼 것으로 보이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고도의 합리적 계산을 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렇듯 선명한 진보를 표방한답시고 유권자를 탓하고, 자기 진단이 옳았음을 고수하기 위해 백 보 전진이 아니면 모두 소용없다며 일 보 전진에 훼방만 놓는 자들의 말로는 정해져 있다.

(중략)

출처: https://v.daum.net/v/20240428083302411
===================================================
어우 사이다.

최병천에 대한 비판은 지나친 감이 있지만(저 정도로 얼토당토없진 않았음)
저렇게 통찰력 없이 힙스터, 반골기질만 남은 자칭 지식인들이
한국 언론, 담론계, 더 나아가 한국 정치와 사회를 망쳐놓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수세력과 진보정당세력에 미친 해악이 큽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계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이 처참히 망했던 건(김재섭, 이준석 등 몇몇 인물 제외)
저런 부류의 해악이 큰 몫 했습니다.
무조건 자기 주장이 옳다고 우기고, 나중에 틀린 걸로 드러나니 정신승리와 자기합리화로 가득한 변명이나 해대고...



2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729 정치‘노회찬 별세 조롱’ 조원진 보좌관, 비난일자 사과 “진심으로 반성” 16 덤더비두 18/07/24 2793 0
36728 게임‘놀이에서 문화가 된 e스포츠’ T1제우스, 최우제 독점 인터뷰 6 swear 23/12/06 3227 0
37833 정치‘뇌피셜’ 정치 평론은 무엇을 남겼나 17 카르스 24/04/29 4465 2
29002 문화/예술‘누구나 다 알지만 지도엔 없는’ 오사카 한인촌의 날선 갈등, 고달픔 3 Beer Inside 22/04/11 4135 6
36480 과학/기술‘누리호 주역’이라더니 ‘기술유출범’으로....과기정통부, 항우연 연구자 검찰 고발 2 야얌 23/10/31 3735 0
15024 문화/예술‘누벨 바그의 어머니’ 아녜스 바르다 감독 별세…향년 90세 5 구밀복검 19/03/30 3906 4
14370 국제‘누이를 빌려드립니다’ 스스로를 가둔 히키코모리 사회 돌아오도록 2 CONTAXS2 19/01/19 5091 1
13525 정치‘눈엣가시’ 법관을 정신질환자로 몬 양승태 사법부 3 The xian 18/11/25 2931 2
27649 스포츠‘느림의 미학’ 두산 유희관, “아듀 그라운드”…전격 은퇴 6 구박이 22/01/18 4023 0
34930 국제‘니하오 대처법’ 찾는 한국인들…인종차별인가요? [특파원 리포트] 1 덕후나이트 23/06/05 3266 0
34032 정치‘다자녀 무상 우유 중단’ 분노 확산…반발 부추기는 농식품부 4 퓨질리어 23/03/30 3433 0
26686 정치‘다주택자’ 서울시 고위공무원 될 수 없다. 23 moqq 21/11/25 3583 0
17844 정치‘다주택자’ 청와대 참모진에 주택 처분 권고 6 atelier 19/12/17 2965 0
23337 정치‘단일화’ 위기감 느꼈나… 안철수·금태섭, 첫 TV토론 18일 합의 5 empier 21/02/16 4007 0
233 기타‘닮고 싶은 상사’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의 일그러진 모습 2 님니리님님 16/09/29 4469 2
26587 사회‘담배 훈계’ 보복한 중학생들 “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가” 1 swear 21/11/18 2922 0
30625 정치‘당이 지지율 갉아먹는다’ 판단…권성동에 ‘윤심’ 전달된 듯 7 카리나남편 22/08/01 2904 0
13759 사회‘대 이은’ 비리 재단, 사학법 덕에 다시 학교 장악 알겠슘돠 18/12/07 2327 0
23095 국제‘대공황도 버텼는데…’ 뉴욕 레스토랑의 비명 Bergy10 21/01/26 4293 2
30515 정치‘대기발령’ 류삼영 총경 “인사권 장악 위험 드러나…월요일 오찬하자더니” 22 매뉴물있뉴 22/07/24 4472 0
13794 사회‘대머리’ 놀리는 후배 살해한 中동포 영장 5 맥주만땅 18/12/10 2098 0
38874 스포츠‘대시’ 이대성, 십자인대 파열…시즌아웃 위기 1 danielbard 24/09/19 1504 0
31600 정치‘대잠훈련 먼저 공개’ 안규백 “엠바고 알았으나, 국민 알권리 차원” 2 오호라 22/10/01 3447 0
25839 기타‘대장동 개발’ 논란, 알려진 것과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 54 절름발이이리 21/09/21 6741 7
32596 정치‘대장동’ 김만배 극단선택 시도... 車서 흉기 자해, 생명지장 없어 8 Profit 22/12/15 4001 0
목록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