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좀 그럴듯하면서도 심정적으로는 극단적인 설명이 있는데...

우선 위의 밴드들은 모두 \'후기지수\' 내지는 \'2세대\' 혹은 \'아류\' 소리를 들었던 밴드들입니다. 보통 선구자로 불리는 밴드들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합니다. 방법론과 미학의 새로운 제시가 있다고 불러도 되고... 그 점에서 위의 팀들은 그런 얘기를 듣기 좀 힘들었던 밴드입니다. 예외적으로 accept의 경우 클래식 헤비메탈->쓰래쉬 메탈의 성립기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는(모던 헤비니스의 한 원형인 유러피언 헤비니스의 한 축이기도 하고) 팀인데, 이 팀의 경우에는 소위 원년 멤버는 다 나가고 후기 멤버들만 남아있는 그런 팀이죠.
바꿔 말하면 이 팀들은 어떠한 뛰어난 창작성, 보편화될 수 있는 개성, \'씬\'의 이데아를 지배하는 정치적이고 정서적인 카리스마같은 건 부족한 대신에... 자기 음악은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실력\'은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던 밴드들이죠. 과거의 사례들은 보면 이런 팀들은 젊었을때는 그래도 팬덤 몰이도 하고 장르 자체가 사멸하기 전까지는 그 장르의 팬들에 의해서 \'현 시점 1인자\' 소리 들어가면서 장사도 되는데, 장르 자체가 사멸하는 순간에 퇴물 혹은 은퇴의 길로 접어듭니다.
근데 현재, 정확히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이름값은 좀 있는데 엄청나다고 하긴 힘들고 활동 반경이 빤한\' 밴드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유튜브죠. 그 자체가 수익을 주기도 줍니다만 그것보다도, 내 음악, 특히 유럽에서 라이브한 걸 한국에 알리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면서 저비용으로 월드와이드 릴리즈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노화하고 산발된 장르팬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테스타먼트가 딱 이 케이스고, 오버킬 역시 21세기에 각 국(그 중에는 전설이 된 부산도 있고...)의 라이브 영상을 통해서 장르 팬덤 내의 인식 개선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원래 실력있던 밴드가 그럭저럭 홍보도 되고 그럭저럭 버틸만 해지니까 결국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되지 않았나...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추가하자면 이 밴드들말고 생짜 신인 밴드들(21세기 데뷔한)에서도, 90년대 데뷔 밴드들과 달리 구성이 좀 더 단순해지고 좀 더 클래식 헤비메탈적인 접근을 하는 밴드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00년대 메탈씬을 지배한 캐치프레이즈 두 개를 고르라면 \'모던 헤비니스\'하고 \'모든 메탈의 프로그레시브화\'인데, 이 두 개에 대한 피로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셈이죠. 그리고 이 흐름은 하드락->펑크, 클래식 헤비메탈->쓰래쉬에서 보여줬던 대중의 기호 변화와도 일맥상통하는 일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노년 밴드에게 이 트렌드에 얻어탈 기회가ㅣ 없었지만, 이제는 생겼다는 것 정도...

새벽에 일 없어서 길게 좀 적어봤습니다(..)

이런 정보 좋습니다 크크. 그래도 울프 호프먼이나 피터 발테스는 메이져 데뷔 이전부터 같이 했으니까 원년 멤버로 쳐도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만...여하간 음악이나 메탈 씬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 영역에서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고 청년층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고전 컨텐츠 공급이 향상되고, 연령별 구매수요가 비교적 평준화되는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상대적 완전경쟁시장화가 진행되어 특정 대상이 재평가/부활되고 옥석이 새로이 가려지고 복고열풍이 과거보다 상업성 있게 부각되고 있지 않나 합니다. 예컨대 영화 같은 경우에도 매드 맥스나 쥬라기 월드 같이 올해 팬덤의 지지를 받는 케이스가 이에 속하고, 보이후드나 레고무비 같이 흘러간 과거를 통시적으로 조명하는 작품들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죠. 근자에 리부트된 혹성탈출은 아예 뉴 할리우드 시네마 시절 컨텐츠로의 회귀고. 게임만 해도 킥스타터를 통한 클래시컬한 게임들의 후속작 출시나 리부트,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죠. 이에 대해 \'원래 역량 있는 것이었고 망할 게 아니었던 것이 시류에 묻혀서 망했다가 조명 받을 기회가 생기니까 제자리 찾는 거다\'라고 볼 수도 있을 테고, \'급속한 상업화/다원화/소비 시장의 사이즈 증가 등으로 인해 상품의 생산 방향과 공급 자체가 인스턴트 해지면서 최신 경향과 차별화를 띠는 고전적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라고 볼 수도 있을 테고 혹은 \'인스턴트한 공급을 위해 클래식을 재탕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등등의 해석을 해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