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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9/01/30 10:05:18
Name   goldfish
Subject   낙서 1




* 그림은 보는 거지 그리는 게 아니었던 사람이 우연히 시작한 낙서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몇 편까지 이어질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ㅎㅎ




1.
 

오래 전 진보누리에 J라는 사람이 있었다. 연극연출인가 하다가 일체의 경제활동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고 어머니 집으로 회귀(좀 고답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적정한 단어같다)하여 문밖 출입도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하는 일이라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번역하거나 (전편을 다 작업해서 인터넷 어디 올려놨을거다) 야밤에 대취하여  스트리킹을 하다가 인근 파출소로 붙잡혀 가거나 시멘트 바닥에 엎어져 한쪽 얼굴을 갈아버리기가 다반사

당시 진보누리는 관리 통제가 전혀 안되는 상태여서  “이 구역 미친x은 나야 나 나라구 나 나”급 인물들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J는 게 중에도 가히 손꼽을 만 했다.

그가 어느 날부턴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고 했었다. 형의 어린 딸이 치던 낡은 피아노가 쓰일 곳 없이 굴러다니다 자신의 손에 들어왔는데, 그의 표현에 의하면 "십년이면, 십년을 하루 반나절씩 빼먹지 않고 치면 ‘조지 윈스턴’ 만큼은 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이제 거진 십년이 되고도 남을 것 같은데  좀 궁금하다.  그가 말대로 피아노를 치고 있다면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지,

글쎄, 현실적이로야 파스블/임파스블 하면 당연히 임파스블이겠지만  에밀리 디킨슨을 하루  한 두편씩 해서 1700편 정도를 번역해 올리는 것을 내가 봤고, 대금인지 피리인지를 혼자 배워서 제법 불고 다닌다는 얘기를 내가 들었기 때문에 다만 그 시간이 만들어냈을 소리가 궁금한 거다.



얘기가 나온김에 대금연주나 한 곡 듣고 갑시다.



음, 만월에 대취하여 스트리킹을 하면서 이런 소리를 내고 다녔다는 건데....그 동네 사람들은 어쩔  크흡 

(잘 살고 있는지 진짜 몹시 보고싶네요. )



2.


지난 여름 한참 더울 때 독일에 사는 친구가  드로잉을 한번 해보라고 했다. 아주 아주 오래 전 내가 한 낙서처럼 끄적인 삽화가 인상적이었다고,




마침 무료했고, 귀가 습자지처럼 얇은 편이라  혹해서 그려봤는데 의외로 내가 의도한 것과 비슷하게 결과물이 나온다. ㅠㅠ













공도 처음 그리는데 찌그러지지 않고 동글동글 예쁘게 나오고(조명의 각도와  그림자의 방향이 언발란스지만 생전 처음 그려본 공이니 패스) 고양이 내딪는  앞발도 생각처럼 나왔다. 엉덩이가 너무 치켜들려진 건 맘에 안 들지만...






나는 가을비 내리는 풍경. 창밖 산허리의 나무들 잡초들 모든 잎사귀들이 변색되는 것, 수심에 따라서 달라지는 바다의 색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렌즈의 눈을 빌어 것들을 봤는데, 오래전 진보누리의  J처럼 십년을 잡고 그리다 보면 최소한 내가 본 것을 표현할수있는 또 하나의 방법을 갖게되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든다.

하여, 2H,4B,6B연필과 지우개와 공책보다 작은 스케치북을 하나 사고, Faber-Castell 수채화용 색연필도 사서 갖고놀고 있다.

어차피 그림도 일정 수준까지는 단순한 기술의 영역에 속하는 편이라, 아무 생각없이 생전 처음 그려본 체리보다는 연이어 두번째로 그린 체리가 더 좋아보이긴 하다.

이러다 곧 유화의 세계로 진입할지도 그 다음은 아크릴화 그 다음은 구성 그 다음은 추상의 세계롴 ㅎㅎㅎㅎㅎㅎ 마침내 그 모든 재료를 구석에 던저버리곸... 대걸레 들고 물감을 뭍혀 사방으로 뿌려대는데 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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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러운 재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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