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4/18 15:17:09
Name   생존주의
Subject   품위에 대하여
탐라에 올리려고 쓰던 글인데 얼마 쓰지도 않은거 같았는데 900자가 넘어 부끄럽지만 걍 여기 올립니다.ㅋㅋ
-------------------------------

인간의 품위란 뭘까요?
품위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것을 지녀야 하는 것 같긴 한데 제가 생각하는 인간의 품위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쌓여 한 사람의 격을 규정할 수 있게 되는 결과랄까 뭐 그런건데요.

이를테면 급하다고 새치기 하지 않기, 문을 지날 때 뒷사람이 있으면 문을 잡아준다던지, 비올때 뒷사람에게 물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는다던지 하는 기본적(이라고 저는 생각하는)인 예의부터 어떤 사건이나 주장이 나왔을 때 그에 대해 반사적으로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던지, 안해도 되는 말을 괜히 해서 본인의 생각 짧음을 인증하지 않는다던지... 뭐 많은 경우가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스스로 잘 제어하고 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품위의 바탕이 갖춰져 있다고 봅니다.

이걸 좀 더 높은 곳으로 끌고 올라가면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정의라고 생각하는데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용기, 잘못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 고난이 온다 해도 문제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있는 굳셈 같은게 정의감에 속하지 않을까 해요.
사실 말이 쉽지 참 어려운 일이죠. 사소한 부분이야 그렇다 쳐도 위험이 확실하게 있다고 보이는 곳으로 자기 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라는게...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본인과 관계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구요. 처자식이 있어서 난... 이라고 위험으로부터 몸을 사리는 경우는 분명 잘못도 아니고 도망치는 것도 아니라고 보는데요. 그런데 피하는 당사자가 스스로 정의감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마치 본인이 비겁해서 피하는 것 같은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하지요.

제가 인간의 품위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자 마음 먹은 것은 몇년 되지 않은 일인데요, 저의 급한 일 때문에 모른척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일을 처리했는데,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닌 일이었고 그 일때문에 내가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했나 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스스로 부끄러워질 행동이면 애초에 하지를 말자가 결론인건데, 이걸 인지하고 조심하려고 하면서도 현재에 저도 모르게 타협하는 순간은 매번 찾아오더라구요. 행동하고 부끄러워하고의 반복인거죠.ㅎㅎ

모르겠어요. 일베, 박사모같은 사람들이 밖에서 제가 보기엔 말도 안되는 주장과 행동을 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부끄럽지도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저 사람들의 신념에서는 저게 정의일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뭐 그래도 제가 보기엔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정의를 외친다 해봐야 그건 결국 신념밖에 없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만은...

저도 대체 뭔소리를 하는진 모르겠는데...ㅋㅋ 실은 좀전에 담배피고 오면서 장기정인가 뭔가 박사모 아저씨 얘기를 하다 올라와서 써 봤네요. 참 인간이 저렇게 저렴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때문에요.
전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하게 해 주네요.
품위있는 사람이 됩시다!ㅋㅋㅋ



5
    이 게시판에 등록된 생존주의님의 최근 게시물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763 게임공허의 유산 캠페인 연재 (2) - 아이어 임무 5 모선 17/06/09 4160 5
    5758 게임공허의 유산 캠페인 연재 (1) - 프롤로그 임무 7 모선 17/06/08 4216 5
    11597 과학/기술제주도에서 친환경 발전량 증가로 인한 변화 13 FTHR컨설팅 21/04/19 5621 5
    5664 사회오늘 5.18 기념식 풀영상 6 우웩 17/05/18 5125 5
    5638 IT/컴퓨터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추억 19 Zel 17/05/15 5462 5
    5626 도서/문학[인터뷰 번역] 코맥 매카시의 독기를 품은 소설(1992 뉴욕타임즈) 5 Homo_Skeptic 17/05/13 6740 5
    5597 일상/생각시민의 눈 지킴이 잠시 다녀왔습니다. 1 No.42 17/05/09 4211 5
    5583 영화(스포있음주의, 덕내주의) 가오갤1을 복습하며 쓰는 의식의 흐름 가득한 아무말 글 15 elanor 17/05/06 5770 5
    5571 일상/생각오늘 투표 했습니다. 12 수제버거 17/05/04 4619 5
    5743 음악세상은 이런 색을 하고 있었던 걸까 3 틸트 17/06/05 5672 5
    5499 정치왜 정치인들은 여성우대정책을 펴지 못해 안달이 났는가? 6 Raute 17/04/23 6127 5
    5480 기타미국내 망명 신청 4 Liebe 17/04/20 5147 5
    5467 일상/생각품위에 대하여 8 생존주의 17/04/18 4438 5
    5464 기타갤럭시 S8 소개 7 와이 17/04/18 6298 5
    5422 의료/건강병원을 다녀온 환자의 넋두리 16 pinetree 17/04/12 6633 5
    5416 문화/예술스윗소로우 이야기 11 우롱버블티 17/04/11 5421 5
    5411 꿀팁/강좌[사진]주제 부각하기. 15 사슴도치 17/04/10 6462 5
    5385 일상/생각인간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18 열대어 17/04/06 5386 5
    5382 요리/음식딸기를 갈아먹자 16 녹풍 17/04/06 6286 5
    8204 문화/예술리퀘스트 받습니다. 9/12 오후 12시 마감(예정) 22 여름 18/09/11 5450 5
    5349 일상/생각한복 번개 후기를 빙자한 일기 20 김피곤씨 17/04/02 5048 5
    5337 창작[소설] 멋진 하루 36 열대어 17/03/31 4397 5
    5336 창작[소설] 멋진 하루 23 새벽3시 17/03/31 5494 5
    8952 음악[클래식] Polovtsian Dances 폴로베츠인의 춤 - 보로딘 10 ElectricSheep 19/03/11 5555 5
    5325 기타어느 영어무식자의 영어평균자(?)가 된 수기 4 dOnAsOnG 17/03/30 4680 5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