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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3/20 03:31:51
Name   Liebe
Subject   에스노센트리즘 2 - 미국의 육아

아래 호라타래님이 제 글에,
https://kongcha.net/pb/pb.php?id=free&no=5229
질문을 해주셔서 길어지는 것 같아서 여기다 이어서 정리해서 적어봅니다.

질문: 미국 사례에 대해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Liebe님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에서의 삶에 대한 (육아, 가사 등) 한국사람들의 이해/상상을 들으며 으잉? 스러운 걸 느낀 게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에스노센트리즘과 보다 뚜렷하게 연결되는 지점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답변 에세이:
이게 좀 어려운 질문같기도 하고… 정확히 제가 이야기나누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 없으니
제 답이 제대로된 답이 되기에도 어렵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큰 맥락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잘 모르는 미국 문화에 대해서 이야길 해 볼께요. (답변 다 쓰고 제출했더니,
길게 썼지만 틀린 답변이오..라고 교수님이 좌르르 그으실것 같은..-_- 굽신굽신….. 이 부분은 맞잖아요 라고 우기고 싶어요. 하하… 졸업하고 에세이 쓰는 기분이네요. )  
편하게 썼으니 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는, 미국 엄마들의 학교내 정치에 대해서 한국의 친구들은 큰 이해도가 없다라는 거에요.
우리나라 엄마들 편에서는 알필요도 없지만 미국 엄마들 내에서 학교내에서 엄마들끼리 어릴때부터 편가르기를 하고 자기 아이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아이를 이용하고 하는 드라마가 많은데, 아마 우리나라서 아이 기르는 엄마들이랑 비슷할건데 미국도 한국이랑 비슷하구나 하는 이야길 친구들한테 많이 들었어요. 저는 어느 세계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국내 엄마들이 미국내의 교육환경에 대한 환타지가 있지 않나 싶어요. 그 내면에 있는 여러 스트레스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한국 엄마들은 낮아요. (당연한 이야기겠구요.. 알필요 없으니..)
그런 여러 스트레스, 충격들을 아이들이 이겨나가야 하는데, 그런 점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정말 그래 하면서… 물어볼때도 있고요.

각종 운동 팀 competition level 테스트가 2-3학년에 활발하게 이루어지는데요.
그 때의 정보교환은 아빠들도 개입이 되고 유능한 코치/팀 찾기 대회가 부모들사이에 혈안이될정도로 난리도 아니에요. 이게 고등학교 과외선생님 찾는 거랑 비슷한 레벨이더라구요.
저는 직간접적으로 만나는 백인 부모들이 “Welcome to rider’s club” 이라고 하면서 저희 아이를 자기내 그룹에 합류시켜서 앞으로 10년 생각하고 같이 운동팀시키자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적도 있고 나중에 그 오퍼를 제가 거절했던 기억에 나름 내 결정이 후회스러웠다고도 생각했다가, 또 나중에 다 쓸모없다..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둘째는, 아이들 학교내에서도 있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인데요.
인종문제, 경제적 차별 문제 등은 아주 민감하지만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있는데 언론이나 바깥에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요.
공영 방송이나 학계에서 리버럴들이 계속해서 사회에 알리기는 하지만, 일반 미국 대중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니 해외로 어떻게 퍼져나가겠어요. 일단…
미국서는 한 동네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 계속 같은 동네 중고등학교까지 졸업하는 걸 아이교육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친구문제때문에 특히나 이사가는 문제에 민감해요. 집 가격이 학교에 들어갈 수 있나 없나를 결정짓는 학교 디스트릭 바운드리  때문에 들썩날썩할 정도이니깐요.  바운드리 재설정할때가 아주 가끔 생길때가 있어요. 새로 주택 zone 을 만들거나 할때요..그 때 지역 신문에 기사들이 난리도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나라만 아파트 몇 평에 사느냐로 차별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서는 같은 평수의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소유니 전세니 개념처럼, 너네집 single house 이니 rent 하우스이니 하는 문제가 노골적으로 동네에 깔려있어요.  그렇게
Segregated 문제가 심각한데 언론에 아주 가끔 소개가될뿐 외부에는 잘 안알려져있어요. 그런 문제때문에 살다가 신경질나서 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는거지요.

우리나라의 양극화문제는 이제 표면적으로 보이지만, 미국에는 너무나 심하게 도시 블럭블럭마다 나뉘어져있어서 가끔은 슬퍼요. 사람들이 저 동네 잔디해 놓은 것 봐라, 동네 마당앞에 말뚝으로  fence 해 놓은 걸 혐오하고, 부자 동네에서는 앞잔디에는 fence 를  못달게하고 뒷자기집 마당에 빨랫대 못 달게 하는 시조례를 만든다든지 하는 문제들 등등 racial segregation -> economic segregation 으로 은밀하게 진행되고 이미..있지만... 그런문제를 외부에서는 심각하게 모르지요. 미국내에서는 그런 내부적 문제가 쌓이고 쌓이고 스트레스가 되고 있구요. 물론 동네마다 분위기가 달라서
중부로 가면, 넓은 터에다 빨래댓 앞뒤로 놓고 총들고 다녀도 뭐라는 사람이 없는 동네도 있구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는 거의 안나누는 토픽이긴해요.

세번째는 중산층경우에는 아이들이 상당히 어릴때부터 자기 빨래하기, 설거지, 도시락싸가기, 잔디깍기, 쓰레기통 내다놓기 등등 18세가 되어서 독립해나가기를 위한 준비를 많이 하는데, 한국 엄마들은 그걸 벌써부터? 라는 시각으로 보거나 의외구나 하는 이야길 들은 적 있어요.
저희 아이도 6학년인데 밥도 하고 (전기밥솥이 하는거니…) 아이가 저녁에 도와준다 그러면 주위에 당장 한국친구들은 아동노동 심하게 시킨다 이지만,  아이 친구들중에 초등 2학년때부터 다들 자기 빨래하는 걸 엄마한테 배워서 스스로 하는 아이를 보아서 인지 아이들은 도와주거나 본인들이 할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반면에 도시락 문제가 엄마의 소홀함으로 인해서 엄마가 없는 아빠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서 등등 여러이유로 아이들이 어릴때 부터 달랑 스낵하나만 가져가는 혹은 빵하나만 가져가는 아이들도 보이구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외부에서 알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네번째는 한국서는 미국 부모들의 휴일에 부모 참여가 높고 자녀들이랑 부모랑 외부활동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서 좋게만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데요.

미국에는 일요일 지나 월요일이 되면 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물어보아요. 주말에 뭐했니? 라고요. 아니면 방학 첫날 우리같은 경우는 그런 질문을 선생님이 많이 하지만, 여긴 2월, 4월에 1주일 방학이 또 있구요. 각종 3-4일 쉬게 되는 공휴일들 거의 두 달 마다 있는데, 그런 공휴일이 지나면 학교에 가면 저학년 아이들의 인성이 설립되는 시기에는 특히나..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뭘했는지에 대하여 묻는 풍경이 흔하더라구요. 그러니, 중산층 부모들은 본인들이 그런 환경을 거쳐왔으니 아이들을 주말에 데리고 나가거나 연휴마다 의무적?으로 데리고 가서 심지어 영화라도…  등등 의무적/아님 즐기면서 하게 되어요. 이런 이야기는 미국 엄마들하고 이야기하다가 가쉽으로 아…나가기 싫은데 그래도 또 내 딸아이를 위해서 봉사해야지 뭐 이런식으로 나오기도 하지요… ㅠㅠ
등등… 이야기하면 결국에는 한국 엄마들은 미국에 판타지가 심하다 미국에는 낯뜨거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로…끝이 없겠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건,
대신에 이런 자잘한 것들을 지나서, 한국 엄마들이 가장 놀라워하는건…
거기도 똑같네? 하는 이야기를 들을때에요.  저는 그런것 같아요… 미국도 한국도 나이많으신 부모님 모시는 문제들, 인류가 접하는 여러 경제적인 고민들, 사회적인 고민들이 다 똑같이 있다는 것 그걸 드라마나 언론에서 싹 빼버리고 다른 나라에 전하기때문에 어떤 색안경을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한류 드라마가 아랍에 히트를 쳐서 참 이상해서 물어보았어요.
왜 우리나라 드라마가 풍경 환경이 완전이 다른 아랍 너네 나라에서 히트니 하고요. 그랬더니..
응…비슷한 점이 많아 그러더라구요. “가부장적인 모습”, “가족 중심적인 모습”, “밥을 테이블식탁이 아닌 바닥에 앉아서 먹는 모습” 그런 이야길 들으면서 아하…문화권이 다르고 대륙이 다르지만…
공통된 테마는 같구나 우리가 고민하는 건 다들 비슷하구나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쓰인 소설에 우리가 공감하고 타시대에 쓰인 역사서, 소설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유가 그런 이유인것 같았어요.

부제1: 소스는 한 단계를 거쳐서 들어간다는 것 - 저부터도 벌써 제 시각이 더해져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  그래서 현지인에게서 그대로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면 선입견이 한층 얕아질 수가 있겠지요. 여기서 제가 이야기한것도 제 중심적으로
쓰는 것이니깐요.

한편 언론을 통해서 그대로 번역되거나 직역되는 소스들은 먼저 그 소스 자국의 문화권내에서 자란 사람들 시각으로 쓰이기때문에 그들에게 자연스러운 것들이 타국의 사람들 시선에서는 전혀 이상한데 하는 것들이 있거나, 타국에선 모르는 critical 한 것을 자연스럽게 빼버리고 이미 알고 있는 상태라는 상호 이해아래에  글들이 쓰여 질 수 있어요. 그러니, 해외의 자료를 받아들여야하는 업에 있는 이들은 이런 것들을 꼭 유의해야겠지요.

부제2: 이민자 자녀 아이들의 고충들 경우는 일반적으로 한국서는 많이 모르지요.
(엄마가 영어가 안되어서 플레이데이트를 못시켜주고, 이민자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른들이
해야하는 많은 일들을 자기네들이 해결해야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등등..이건 사회학 논문에 Model minority 에서 활발하게 연구가 있는걸로 알아요.)
이민자세계의 고충은 특히나 한국의 엄마들은 더 모를 확률이 높아요. 이건 아마도 금기시될지도 몰라요. 왜냐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해온 엄마들은 본인이 여기서 겪는 어려움은 싹빼고 좋은 점만 한국에다가 알릴수도 있으니 더더욱 터부시 되는 내용일터이구요. 이런 걸 볼 때는 그런 정착 유입과정을 겪어가는 2세들 아이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겠다는 것이지요. 저희 아이들도 물론 크게 자유스러울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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