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7/01/03 14:42:14
Name   ORIFixation
Subject   공감 파우더, 미신적인 논쟁과 원격치료
오늘도 인터넷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중 재미있는 글을 봐서 써봅니다.

16세기에 파라셀수스라는 스위스 사람이 있었습니다. 본초학자이자 연금술, 점성술에도 관심이 있었으며 의학적으로는 독물학의 기초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에서부터 내려온 그리스 의학을 배척하여 의학의 프로테스탄트, 루터 등의 별명등도 가지고 있는 이 사람은 이발사의 영역이었던 외과를 의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그때까지 쓰이던 약초 뿐만 아니라 광물도 약으로 쓰려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16세기에서 17세기에 파라셀수스의 의지를 이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소위 Unguentum armanium, Weapon salve - 번역하게 되면 무기연고(武器軟膏)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것은 말 그대로 누군가 무기에 의해서 다쳤을 때 그 사람이 아닌 찌른 무기에 연고를 바르게 되면 치유가 될것 인가에 대한 논쟁이었습니다.

파라셀수스는 이 연고의 레시피도 기록해놨습니다. 공중에 매달린 도둑의 머리에 자란 이끼, 미라, 따뜻한 사람의 피, 아마유 등등. 이러한 시도는 무기와 연고가 마법적으로 연결이 되어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공감 마법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면 양자얽힘(Entanglement)의 중세적 해석일수도 있겠네요. 시간이 좀 더 지나 1678년에 케넬름 딕비 경(Sir Kenelm Digby)은 프랑스 남부에서 powder of sympathy, 즉 공감 파우더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합니다. 딕비 경은 이 파우더를 사용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약의 사용법은 환자가 가지고 있던 물건에 약을 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는군요. 예를 들어 상처를 감쌌던 붕대라던지 환자를 다치게 한 칼에 사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힘들게 연금술적으로 연고를 만들필요가 없게되었으니 좀 더 발전을 했네요. 기적의 치료제라 불릴만한 이 약에도 단점이 있었는데요, 붕대에 약을 뿌리면 환자가 펄쩍 뛸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을 이용해서 딕비는 엄청난 발상을 해냅니다. 바로 원격의사소통입니다. 딕비는 지구의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이 파우더가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방법은 상처난 개를 출항하는 배에 태우고 한 사람은 뭍에 남겨서 날마다 정오에 맞춰 개를 감쌌던 붕대에 파우더를 뿌리게 하는 것입니다. 불쌍한 상처난 개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짖게 되면, 선장은 그 소리를 듣고 런던에서의 시간과 현재 배위의 시간 및 태양의 고도를 측정하여 경도를 계산할 수 있게 될거라는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어차구니 없는 여러 미신적인 논쟁과 함께 현대의학은 발전해왔습니다. 오늘도 두서없는 글의 결론은... 역시 원격으로는 힘들다? 아니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줄 수 있는지도 논쟁이 필요하다 정도이겠네요;;



4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783 꿀팁/강좌두번이나 다른 제품을 잘못 받았다면? 1 Only 23/04/24 4230 7
    14099 오프모임8월15일 17시 문래에서 만나요~♡ 38 Only 23/08/11 4008 6
    14106 오프모임토요일 19일 5시 여의도한강공원 가실분~! 37 Only 23/08/16 3664 3
    14160 오프모임[벙개] 드론쇼 보러갈래요?!(망함) 10 Only 23/09/27 3227 5
    14178 오프모임[벙개] ★생일파티해요★ aka 온리절 10/22 35 Only 23/10/09 4771 11
    14432 오프모임[벙개] 똘배님과 함께하는 온리모임 (24/02/03 오후7시 Bar틸트) 21 Only 24/02/02 3400 2
    14844 오프모임[벙개] 내일(8/17) 양꼬치 먹으러 가실래용-! ★망함★ 8 Only 24/08/16 2610 6
    14979 오프모임[한강모임] 돌아오는 토요일(10/19)에 한강에서 만나요 ♥ 42 Only 24/10/13 3065 7
    713 정치[펌글] 우리는 왜 비윤리적이 되는가 5 ooacrazy 15/08/03 5525 0
    4398 일상/생각밥벌이하는 두통 환자 7 OPTIK 16/12/16 3637 0
    4427 일상/생각잡화점 직원이 만난 어느 엄마와 아들 6 OPTIK 16/12/22 4344 8
    4486 일상/생각내 가슴속 가장 아픈 손가락 1 OPTIK 16/12/30 3793 0
    4490 기타수학 잘함 = 공간 감각 좋음? 10 OPTIK 16/12/31 4307 1
    330 기타수학과 물리가 싫었던 아이 20 ORIFixation 15/06/14 8895 0
    462 기타통증에 대한 잡설 39 ORIFixation 15/06/28 11594 0
    1351 일상/생각일상, 그냥 술먹으며하는 잡담들 27 ORIFixation 15/10/26 9597 0
    1459 기타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5 ORIFixation 15/11/04 11598 0
    1883 일상/생각그날 나는 무엇을 들은걸까 6 ORIFixation 15/12/29 5443 0
    2384 의료/건강정형외과의 역사 26 ORIFixation 16/03/11 8275 0
    2410 의료/건강정형외과의 역사 -2- 26 ORIFixation 16/03/16 9130 0
    2486 일상/생각장미라는 이름 12 ORIFixation 16/03/28 5309 5
    2542 일상/생각어느날의 술자리 12 ORIFixation 16/04/05 5076 2
    2838 의료/건강신해철법 통과 73 ORIFixation 16/05/19 6411 1
    3136 일상/생각어느날의 질문 52 ORIFixation 16/06/27 4782 0
    4527 과학/기술공감 파우더, 미신적인 논쟁과 원격치료 2 ORIFixation 17/01/03 5590 4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