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16/05/14 03:48:44
Name   마르코폴로
Subject   덴뿌라와 튀김의 기원
기아트윈스님이 써주신 덴뿌라에 대한 글을 읽고, 살포시 숟가락을 같이 얹어 봅니다.


한국에는 덴뿌라가 포르투갈에서 전해진 유래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음식의 기원이 으레 그렇듯이 덴뿌라 역시 그 유래에 대해 이런 저런 설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1982년 식문화 연구가 히라타 마리토오가 쓴 '세계의 음식, 일본편'에 보면 이 것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일단 1884년 언어학자인 오쓰키 후미히코 박사가 "어투와 형태를 살펴보면 서양 말에서 나왔을 것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스페인어 Templo(절)의 요리라는 뜻이라고도 하는데, 억지로 짜 맞춘 듯하다"라고 전하는 내용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천주교에서의 금요일 축제 이름인 Tempora라는 설도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도 막부 말기에 쓰여진 기타무라 인테이의 '회유소람'에는 "대개 과자건 무엇이건 간에 설탕을 갈아 튀김옷으로 입힌 것을 덴푸라라고 한다. 이는 외국어이다." 하여 남만 과자를 만드는 기술자들의 용어라고 언급되어 있다는 점을 들며 남만 유래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포르투갈어인 Tempero('양념'이라는 뜻)설, 중국에서 전해졌다는 기원 등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1603년에 예수회 선교사들이 포르투갈어를 당시 일본어 음운으로 기록한 '일포사서'를 살펴보면 '덴푸라'라는 단어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조미하다'라는 Temperar, '간을 보다'라는 'Tempera정도의 단어만이 실려 있습니다. 당시의 기록에 덴뿌라라는 단어 자체가 실려 있지 않음을 근거로 최근에 와서는 화란, 그러니까 네덜란드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그 유래가 꽤나 복잡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구적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튀기는 조리법을 처음 시작한 지역은 이집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기원전 2,500년 경에 최초의 튀김이 이집트에서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중세에 이르면 유럽에서도 튀기는 조리법에 대한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7세기 말에는 벨기에에서 최초의 감자튀김이 만들어집니다. 한편 감자튀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사랑하는 치느님의 기원은 미국 남부입니다. 남부 흑인 노예들의 소울푸드가 바로 프라이드 치킨이었죠. 유럽에서 스코틀랜드 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그들의 식문화인 닭을 튀기는 방식 - 타유럽국가들이 주로 구워 먹던 것과는 다르게- 도 같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조리 방식이 흑인 노예 사회에 전해지게 된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치느님은 스코틀랜드 식보단  흑인 노예 사회의 음식과 더 가깝다고 봐야합니다. 유럽에서 전해진 튀기는 조리법에다 흑인 사회에서 구할 수 있었던 매콤한 향신료 등이 섞이면서 스코틀랜드 음식과는 다른 형태로 변했기 때문이죠. 흑인들의 경우 백인 농장주들이 먹지 않고 버리던 부위, 날개나 목따위의 뼈가 많은 부위로 요리하다보니 튀기는 방식도 유럽의 것과는 다른 딥프라이 방식을 취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버리는 부위 중에서 상한 부분도 있게 마련인데, 이 것들을 안전하게 먹기 위해서는 깊게 튀기는 방식이 최선이었겠죠. 뼈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당시 남부에 유행하던 양돈업으로 인해 그 부산물인 동물성 기름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딥프라이 방식이 발전하는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이런 딥프라이 방식은 지금까지도 프라이드 치느님을 만드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동양의 튀김 요리는 기록과 음식, 그리고 거의 모든 기원의 끝판대장인 중국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밤도 늦고, 잠이 오네요.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10
  • 덴뿌라 이름에 이런 기원이!!!
  • 홍차넷 황교익 아재 간만에 썰푸시다!
  • 츄릅…
  • 춫천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286 도서/문학ISBN 이야기(2) 17 나쁜피 16/12/03 5985 10
4197 정치동교동계. 부끄러운줄 알라. 6 Bergy10 16/11/20 5106 10
4115 정치시국 단상: 박대통령과 골룸 10 기아트윈스 16/11/08 4550 10
3995 육아/가정둘째 생겼어요~ 22 도라에몽 16/10/24 6295 10
8872 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2) - 뚜르 드 프랑스 산업 2 AGuyWithGlasses 19/02/17 6043 10
7197 영화셰이프 오브 워터와 짧은 생각들(스포일러) 12 코리몬테아스 18/03/06 6470 10
3750 과학/기술양자역학 의식의 흐름: 월급 D 루팡 29 Event Horizon 16/09/22 6524 10
3675 일상/생각하나님 한 번만 더 할아버지와 대화하게 해주세요. 7 Terminus Vagus 16/09/09 5350 10
8880 스포츠[사이클] 랜스 암스트롱 (4) - 역관광의 시작 7 AGuyWithGlasses 19/02/18 6810 10
3440 정치정말 젊은 여성들은 정치/사회에 관심이 없을까? 20 DoubleYellowDot 16/08/03 7379 10
3413 일상/생각인그룹 아웃그룹 4 까페레인 16/08/01 4806 10
9030 게임너 정말 나쁜아이구나. 26 사나남편 19/04/03 8328 10
9028 의료/건강의사는 어떻게 사고하는가 - 2. 진단=사후확률Up & 진단의 두 축 6 세란마구리 19/04/03 5578 10
3319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9) 23 NULLPointer 16/07/21 16713 10
3298 IT/컴퓨터어느 게임 회사 이야기 (2) 10 NULLPointer 16/07/20 18254 10
2909 일상/생각어느 시골 병원 이야기 35 Beer Inside 16/05/28 5184 10
2855 역사와이프 팝니다 38 기아트윈스 16/05/21 7645 10
2805 요리/음식덴뿌라와 튀김의 기원 27 마르코폴로 16/05/14 16240 10
2992 일상/생각회한 22 nickyo 16/06/10 5716 10
2594 일상/생각[회고록] 그 밤은 추웠고, 난 홍조를 띠었네. 43 수박이두통에게보린 16/04/12 5306 10
2389 IT/컴퓨터알파고가 이겼군요. 35 Azurespace 16/03/11 8424 10
2328 기타인도네시아 이야기 26 Hitam 16/03/01 5499 10
2078 일상/생각엄마 4 7월 16/01/21 5170 10
1997 꿀팁/강좌만장일치의 역설 30 눈부심 16/01/11 6626 10
1885 일상/생각더 힘든 독해 25 moira 15/12/29 6430 10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