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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4/06/19 11:58:25수정됨
Name   메존일각
Subject   얼마간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며 느낀 소감.
시작은 옆동네 유게에 뜬 유튜브 링크였던 것 같아요.

탁재훈 씨가 나오는 입담 프로그램을 하나 눌러서 봤더니 그 다음부터는 유튜브 메인 페이지에서 친분 있는 연예인들의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뜹니다. 유재석 신동엽 박명수 이경규... 등등등.

입담이 재미있긴 해서 얼마 동안 유사 프로그램들을 틈틈이 눌러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방 질리더라고요.

제가 본 패턴은 대략 다음과 같았는데,

0. 게스트 불러다 놓고 PPL하고 대본대로 의미없는 대화 몇 번 주고받은 뒤에 끝난다.

1. 게스트들은 앨범, 영화, 콘서트 등등 활동 시기에 맞춰 유사 프로그램에 줄줄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하는 얘기가 거의 똑같다. 본인이 홍보할 앨범이나 영화에 대해서 별 깊이있는 얘기가 없다는 점이 도리어 흥미롭게 느껴짐.

2. 친분 있는 연예인들이 대부분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서로 도와준다며 각자 채널에 품앗이처럼 출연하는데 하는 얘기가 거의 똑같다. 20년 30년 40년 전 얘기를 사골처럼 우리고 우리고 또 우린다.

3. 게스트 섭외 후 자료조사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러다 보니 나누는 얘기들에 깊이가 전혀 없다.

1의 경우, 예를 들어 앨범이나 영화를 만드는 동안 영감을 얻은 부분이 있었다거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거나 본인 작품이 얼마나 특별한지 어필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얘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요즘의 세태와는 맞지 않아 편집이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모든 프로에서 한결같이 안 나오는 걸 보면 관련 얘기가 아예 없던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전 티비 없이 산지 20년이 훨씬 넘었고 그래서 예능프로를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 피디나 작가가 대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 등에서 활동했던 것 같으니,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역시 평소 자신들이 쓰던 포맷을 그대로 쓰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돌려막기식 게스트 섭외는, 티비 채널이 몇 개 없던 시절에야 나름 희소성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유튜브 시대가 되면서 즉석에서 바로 비교가 되니까 금방 질리네요.

예전에 제가 탐라에서 쏟아지는 연예인들의 유튜브 방송들을 보면 요즘은 대낭비시대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근래의 여러 프로그램 시청은 이런 생각(선입견?)이 더욱 강화되는 나름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개나 소나 한다는(?) 유튜브 나도 좀 해야 될 것 같으니 연예인 인지도를 빌려 채널은 개설했는데, 포맷은 늘 비슷비슷하고, 그럼에도 틀과 퀄리티를 일정 수준 유지하기 위해 카메라 대수와 카메라 뒤에 있는 스탭의 수는 상당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찮을 테니 가성비를 생각하며 티비 예능만큼 디테일하게 편집하지 못합니다. 조회수도 다 고만고만합니다.

이걸로 수익을 내려면 당연히 힘들겠다 싶습니다. 서로 제살 갉아먹기 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5초 이상 음원이 흘러나오면 광고 수익이 소속사로 가니까 음악은 틀어주지 않고, 세부 운영 또는 계약 조건까지는 모르겠지만 연예인이 방송국을 끼기도 하고 더러는 사비로 운영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편린처럼 메인 연예인들의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한 번씩 튀어나오는데, 이게 반드시 예능성 설정이라거나 농담만으로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흐름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지금 검색 기록 지우며 이런 프로그램들이 안 뜨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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