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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3/06/25 16:28:03
Name   산타는옴닉
Subject   어제의 설악산-한계령, 대청봉, 공룡능선.



















































작년 7월 초에 등산을 시작했으니 이제 산에 본격적을 오른지 1년이 다되어갑니다. 이번 산행은 그간의 산행을 정리하는 목적이 컸습니다. 사실 다음 주의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환종주를 예약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 산행 자리가 나서 젭싸게 신청했습니다. 그러고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 주 내내 비... 영남알프스는 가을에 올게요 쿨럭..

설악산은 두 번째인데, 작년에는 오색-대청봉-중청-희운각-천불동-비선대-소공원으로 하산했습니다. 이번에는 한계령-중청-대청봉-중청-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삼거리-비선대-소공원 하산 코스를 택합니다. 대청봉에서 희운각 내려오는 걸 제외하면 전부 초행이고, 그때랑은 달리 이번엔 여름이라 좀 더 악조건입니다. 사진을 찍고 안전하게 즐기면서 다녀오는 것이 목표였고, 거의 그렇게 했습니다.

다만 여름 공룡능선은 사람이 적은 대신 정말 빡세더군요... 사실 한계령에서 처음 출발할 때 물 2L, 그리고 희운각에서 1.5L를 보충했는데도 좀 모자랐습니다. 제가 물을 많이 먹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꽤 대비를 했다 생각했는데도 모자랐네요. 사실 한계령도 구간 상당수가 숲이고, 예전 가을 때 타던 설악산 생각하다가 30도의 무더위(물론 산은 이거보다는 한 10도 떨어졌겠지만요)에 85% 습도를 만나니 정신을 못 차립니다.

공룡능선이 왜 어렵냐면, 능선 자체도 계속 업다운이 심하고 길이 험해서 만만치 않은데, 공룡능선 입구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어렵습니다. 공룡능선을 타는 방법은 크게 4가지입니다. 1. 오색이나 한계령에서 대청봉->희운각->공룡, 2. 소공원->비선대->희운각->공룡, 3. 소공원->비선대->마등령->공룡, 4. 백담사->오세암->공룡

이중 뭘 택해도 공룡까지 최소 4시간 이상의 빡센 산행을 해야 합니다. 그나마 쉬운게 4인데 오세암도 만만치 않게 된비알이죠. 3은 비선대에서 마등령 올라갈 때 첫 800m가 경사가 48.5%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정규등산코스 중에서 가장 빡센 경사도 중 하나죠. 그 800m를 지나도 계속 자비가 없는 오르막으로 체력을 털어줍니다. 1,2는 대청봉 오를 때 이미 체력을 털어주고 시작하죠. 게다가 중청->희운각도 정말 자비가 없는 경사죠. 체력도 털어주고 무릎도 시원하게 털어주고 시작...

제가 택한 건 1인데, 희운각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시간은 아주 충분하니까 천천히, 그렇지만 바위를 정확하게 딛으면서 가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이렇게 안 하고 속도 냈다가는 정말 헬기 불렀을 겁니다. 이날 설악산에 헬기가 최소 3번은 뜨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진짜 공룡능선 다 타고나서 슬슬 체력이 떨어져 가고 맛탱이가 가 있는데 마등령 하산길을 만나니까 음... 진짜 중간중간 업힐 있을때는 설악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습니다. 아까 마등령 이야기할 때 48.5%라고 했죠? 그걸 역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바위 사이 틈도 좁아요. 진짜 넘어지면 최소 강냉이 2개로 시작하겠다 싶어서 체력도 딸리는데 끝까지 빡집중을 유지합니다. 오늘 등산거리가 22km인데 19km가 전부 빡집중해야하는 보기보다 아주 고된 코스에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내면 정말 어디에서 비할 수 없는 비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공룡능선은 설악산 한복판에 뚝 떨어져 있어서 흔히들 설악산의 속살이라고 하지요. 아무에게나 드러내지 않지만, 볼 수만 있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곳입니다. 괜히 공룡능선이 국립공원 제1비경이 아닙니다. 그냥 눈만 돌리면 모조리 절경입니다. 가는 내내 눈이 호강합니다. 이러한 풍경이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곳조차 없습니다. 그냥 비교 불가입니다.

아직 제가 체력도 좀 그렇고 공룡능선 전체 코스의 정확한 명칭이나 자리 등을 잘 몰라서 다른 등산글처럼 코스설명 등은 어렵습니다. 여러 차례 다녀보고, 사진을 여러 번 찍고 포인트를 알아내면 그때 제대로 설악산에 대해서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때 제대로 된 후기를 한번 적어보죠.


공룡능선은 진짜 서울 산 슬슬 졸업할 정도로 등력이 되시는 분들은 무조건 도전해 보세요. 소공원 원점회귀 코스 정도는 북한산 졸업하면 가능합니다. 정말 어렵고 빡세지만, 인생 살면서 한 번쯤은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전체에서 '제1비경'이라는 어그로 높은 단어가 있는데도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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