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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1/06/17 20:03:13
Name   매뉴물있뉴
Subject   저는 메리포핀스리턴즈를 보지못하였읍니다
엄니마마께서 말입니다.
어느 날엔가 저를 부르시더니
밑도 끝도 없이, 제눈을 똑바로 바라보시고는.
'메리포핀스를 검색해보라.'고 세상진지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뭐하는 양키 이름인가, 하고 찾아보니,
아직 개봉하지 않았던,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잉국스타일 영화
메리포핀스리턴즈. 를 원하셨던 것이었습니다.

개봉일자를 아뢰었더니
그날. 당일. 가장 빠른. 조조로. 한장을 예약하라 하시더군요.
...아니, 그 말씀은, 아들래미가 같이 보러가고 싶은지 아닌지는
애초에 궁금하지 않으셨던 것???????

//.........홀로 보시나이까?
왜, 너도 볼것이냐?
//않이요...
근데 왜물?
//...아니 왜안물??
안보고싶다며?
//...(서러움)

않이, 왜 본인 혼자 가실꺼면서
나보고 티켓은 미리 끊어달라신대?
어차피 당일가서 현장예매해도
조조할인은 똑같이 나올껀데 궁시렁궁시렁궁시렁...
그러고보니 뭔가 요즘 팝콘은 어디가 맛있냐고 물으신것도 같지만
전 못들었으니까여ㅕㅕㅕㅕㅕㅕㅕ
(팝콘은 잘 안사먹어서 어디가 뭐가 맛있는지 잘 모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예매 결과를 보여드렸더니
세상 열심히 예매번호로 실물티켓을 어떻게 뽑는지를 물으시덥니다.
또 그 대답을 세상 열심히 다 들으시고는
'.....이거 그냥 번호를 직원 보여주면서 뽑아달라 하면 주지 않을까???'
..........열심히 설명했는데-0-!!



어머니의 뒤이은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엄니는 중학생시절 엄니의 '동무'들과 (친구의 옛말) 함께
전주시내를 누비며 메리포핀스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넘나 좋은데,
그 영화의 속편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는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다는 겁니다.

...? 아니, 그러면 친구분들이랑 같이 보시지않고? 물었더니
한명은 어디 살고 한명은 어디살고
암튼 지금은 다 떨어져 있는데다 연락도 잘 안되고
그나마 그 추억을 기억하고 연락도 되는 친구는 한명뿐인데
미국 어디 멀리 살기 때문에
영화는 각자보고, 수다로 영화를 풀어내기로 선약이 되었다시더군요.
뉘에뉘에. 알겠습니다아,
소인은 영화 표 다ㅏㅏㅏㅏ 뽑아드렸으니
물러가겠사옵니다.
하고 그날의 대화는 끝마쳤읍니다.



어쨌든, 그 개봉일이 되어
엄니 생애 최초로, 솔플 영화를 관람하고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옛말에 속편 뛰어넘는 영화는 없다더니 그말이 참으로 옳더구나. 아들아.
//.....터미네이터2는요?
..................제임스 카메론은 내 취향이 아니니라 (거짓말!!)

근데 정말 뭔가 별로기는 하셨던 모양이에요
속편이 아쉬웠으니
본인이 그때 여중생시절 보셨던 원본을 내놓으라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아니, 오늘 아침에 2010년대 영화를 보고 오셨으면서
무슨 60년대 영화를 또 찾으신대?!?!?
그런거 찾아봐도 안나올껀데..... 궁시렁궁시렁궁ㅅ....ㅇ_ㅇ??? 있네??
해서 원본을 찾아드렸더니, 바로 영화를 보시고는
그때가 되서야 비로소 만족한 미소를 지으시며
미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이스토-크를 거셨읍니다.
전화를 끊으시고는, 카톡으로 저에게 어떤 이메일 주소를 휙 주시더니
이 분에게도 그 60년대 원본 영화를 보내달라고(...???) ㅋㅋㅋㅋㅋ


........
그런게 참 생각하면 당연한건데
엄마도 분명 앳된 귀욤뽀짝 여드름쟁이 여중생이시던 때가 있으시고
'동무'들과 영화관에 꺄르르르르르르르르 하면서
메리포핀스를 보러 가던 추억이 있으시겠죠?
그게 참...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왠지 그게 우리 엄마라고 하면 잘 상상이 안가고
왠지 우리 엄마는 그냥 처음부터 엄마였을것만 같으니까여...?

그날은 뭔가 되게... 신기하고 새로운 엄마였읍니다 ㅎㅎ
탐라에 메리포핀스 얘기가 있어서
급 생각났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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