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글을 작성하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30 16:12:46
Name   불타는밀밭
Subject   직업 공개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 것 하나
직업 공개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 것 하나

이것도 한 십년 전 이야기 같은데 제가 이글루스 열심히 할 때 당시 PSP 게임 플레이 일지나 본인 근황 같은 걸 주로 올리던 블로거 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뭐 별 특색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마찬가지로 제가 활동...은 아니고 lurking 중이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일 아이디인 분이 한분 가입을 합니다. 문제는 이 분이 가입인사를 작성하면서 본인을 [아무것도 없이 자라서 4년제 대학을 다니지만 학비는 장학금으로 때우고 생활비는 별의별 알바로 때우고 있는,24시간이 모자란 가난한 고학생]으로 소개를 합니다. 그리고 고학생의 어려움에 대해서 자주 글을 씁니다. 여기에 글은 무슨 여유가 나서 쓰냐고 하니 진짜 없는 시간 짜내고 짜내서 쓴다고, 시간 활용만 잘 한다면 이 것 쯤은 할 수 있다고.

이 사람이 머리가 부족하거나 사기꾼 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본인이 글을 올리는 분야, 동아시아 정치 역학이라던가 국내 야구에 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사람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게끔 할 수 있는 글 솜씨를 가지고 있었고, 대체 본인이 가난한 고학생으로 위장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뭘까요? 속여 봤자 아무런 이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이디는 단 두 글자였기에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고, 동일인이라 할지라도 가난하고 바쁜 고학생은 PSP 하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무엇보다 저는 [만일 그 사람이 우릴 기만하고 있는 게 맞더라도, 그게 문제가 될까?]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위에 쓴 대로 이 사람이 가난한 고학생을 위장하여 뭔가 부당이득을 취할 수도 없을테고, 아니면 아닌대로 멀쩡한 데다 힘들게 글을 올리는 사람을 의심한 것이 되니 큰 결례가 아닐까? 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회원 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회원분은 커뮤니티 운영자 분에게 [이 사람이 실제론 아닌데 자신의 정체성을 기망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뭐 이런 제보를 하였고, 홍차넷도 그렇겠지만 운영자 분은 회원에 대해 통상의 회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주민번호 앞자리 등) 그 정보를 가지고 이글루스의 블로거와 해당 회원이 동일인이라는 증거를 확보하였던 듯 합니다.

운영자 분은 시일을 정해 해당 회원에게 해명을 요구합니다. 모년 모월 모일 05:00(시간은 정확치 않음 새벽이었던 걸로 기억함)까지 이러한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회원자격을 박탈하겠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 당시는 커뮤니티 운영 규정이란 게 중구난방이었고, 때문에 회원자격 일시 정지, 제한, 탈퇴, 박탈에 대한 항상 처리가 시끌시끌하였던 때였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건은 당시에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기에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는 특히나 관심이 많았습니다. 해당일 04:00까지 본인의 해명은 올라오지 않았고, 저는 계속 f5를 치면서 해명문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04:53 쯤이었나, 제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인의 해명이 올라왔습니다!!! 원래 글 솜씨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고, 분량도 짧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본인에게 기대하는 글과는 한참 달랐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국 압축시켜 보면 왜 나를 가지고 귀찮게 구느냐, 나 힘들다는 말 외에 내용이 없었습니다. 본인이 이글루스의 동명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블로거와 동일인인지, 본인이 가난한 환경에서 고학을 해왔는지 아닌지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었습니다.

슥 훑어보고 매우 실망을 했는데, 다시 게시판 게시글 목록으로 돌아가보니 그 글이 없어져 있었습니다. 아마 본인이 지운 거겠죠. 제가 글을 훑는데는 1~2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늦어도 04:55정도로 기억합니다. 아주 잠깐 올리고 본인이 지운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그 회원은 해명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되어 영구 탈퇴 처리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의 해명글을 본 사람도 아마 저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걸 보려면 저처럼 새벽 5시에 일부러 게시판 띄워 놓고 f5연타 치고 있었어야 했는데다가, 본인이 해명글을 올리고 나서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 지운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시간에 딱 맞추지 않았으면 그 글을 아예 볼 수가 없었겠죠.

그 이후로 그 회원을 이글루스에서도, 해당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모르죠. 다른 아이디 다른 정체성으로 새로 가입해서 이번엔 안 들기고 잘 활동을 했었는지 아닌지....

이 회원을 지금까지 제가 기억하는 것은 저도 사실 저러한 사실을 의심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전에는 무조건 눈팅만 했었지만 일부러 저 사람과 댓글을 몇 번 섞어 보았고 그 때마다 멀쩡한 사람이다라는 생각 밖에 안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넷 상에서 자존심등의 이유로 상위계층 코스프레(네가 의대생이라고?? 난 현직 의사다!!!) 뭐 이런 식의 정체성을 가장하는 경우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굳이 가난한 고학생 코스프레를 하는 동기는 이해가 도저히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저는 저게 별 일 아니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혹이 제기 되자 다른 커뮤니티 회원들은 굉장히 분노했었다는 점입니다. 본인에게 손해를 끼쳤건 안 끼쳤건, 일단 본인을 기만하였다는 것이 화가 났었던 것일려나요.

어쩌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걸리지 않고 있을 뿐....






0


    목록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1270 정치진중권의 오늘자 페이스북 4 판다뫙난 20/12/23 3994 12
    9088 사회진주 아파트 살인사건, 앞으론 어떻게 막아야 할까? 13 Leeka 19/04/17 4454 0
    4149 일상/생각진정한 친구이자 동료가 있었던 사람 17 swear 16/11/13 5599 1
    13833 일상/생각진정 원하는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과정 5 날이적당한어느날 23/05/09 1999 2
    7950 일상/생각진영논리에 갇힌 모 토론회 참석자들에 대한 소고 11 烏鳳 18/07/26 6259 16
    2161 일상/생각진심을 다해 당신들이 불행해졌으면 좋겠다 3 YORDLE ONE 16/02/02 4493 1
    4116 정치진실한 사람 차은택 8 Toby 16/11/09 4257 0
    7077 게임진삼국무쌍 8 리뷰 7 Leeka 18/02/10 6415 0
    5654 정치진보언론 현재상황 57 우리아버 17/05/17 6272 2
    14892 일상/생각직장인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 1 후니112 24/09/03 710 0
    12335 일상/생각직장인무상 6 2막4장 21/12/09 3902 4
    8212 꿀팁/강좌직장인 여성 옷 나눔합니다 37 다람쥐 18/09/12 6791 23
    10187 기타직장여성에게 아름다운 외모는 마이너스 요인이다(HBR) 41 하얀 20/01/16 6865 1
    10510 일상/생각직장에서 3 셀레네 20/04/18 4262 4
    13618 일상/생각직장내 차별, 저출산에 대한 고민 24 풀잎 23/03/05 3479 17
    6518 일상/생각직장 동료가 원수가 되었습니다. 22 엘멜 17/11/03 4706 0
    10899 사회직업 공개 이야기 하니까 생각난 것 하나 4 불타는밀밭 20/08/30 4049 0
    7623 일상/생각직딩의 한탄 일기 6 커피중독자 18/06/05 3847 12
    1461 역사지헬슈니트 (낫질) 작전 - 1940년 독일-프랑스 전투 9 모모스 15/11/04 18822 2
    12368 IT/컴퓨터지하철역 출퇴근 시간에 무선 이어폰 소리가 끊기는 원인 4 달씨 21/12/21 6883 1
    8073 일상/생각지하철에서 잃어버린 가방 찾은 이야기. 38 reika 18/08/18 5184 20
    3922 일상/생각지하철에서 엿들은 어느 모녀의 짧은 이야기 10 Terminus Vagus 16/10/15 4573 0
    12503 사회지하철에서 게임하다 고소당하면 겪는 일 13 주식하는 제로스 22/02/09 5131 7
    5056 일상/생각지하철 예수쟁이(1) 6 맑은샘물 17/03/03 3109 2
    9298 음악지하민 10 바나나코우 19/06/10 5044 2
    목록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4시간내에 달린 댓글

    댓글